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빠른 경험 축적이 가능
법률이슈 전반을 다룰 수 있고
고객에 대한 이해도 깊어져
필자는 유통업, 그 중에서 e-commerce로 분류되는 회사인 SSG.COM에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7년간 근무하였다. 흔히 유통업은 ‘일이 정신없이 돌아간다’는 인식이 있고 나름의 고충도 있지만 반대로 유통업에서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.
우선 유통업은 전반적으로 각 회사의 인지도가 높다. 최종 소비자와 접하는 유통업의 특성상 회사별 규모와 관계없이 ‘그 회사의 이름은 한번쯤’ 들어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. 필자의 경우 처음 뵙는 분과 인사를 나눌 때 재직중인 회사가 어떠한 산업분야에 있는지 설명을 하느라 난처했던 경험은 없었다.
오히려 “잘 알죠, 주말에도 쇼핑했어요” “신사업에 진출한다는 뉴스를 봤어요”와 같은 대화가 이어져 어색함을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.
나아가 장점이라 소개하기는 조금 아이러니한 부분이지만, 유통업에서의 경험은 장차 독립된 개인으로서 사업체를 영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. 물론 사내변호사로서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, 자발적으로 또는 기대하지 않은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건은 일생에 발생하기 마련이다. 이때 사내변호사로서 다양한 로펌과 협업했던 경험과 유통업에서 학습한 서비스 마인드는 개업변호사로서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.
더구나 유통업은 그 사업을 영위하는 클라이언트의 규모 및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개업변호사로 나아가는 것이 타 산업분야, 특히 대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산업 대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.
뿐만 아니라 유통업 사내변호사로서 축적된 경험은 추후 기업가로 변신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. 예로 들면, ‘어떠한 재화에 소비자가 반응하는지, 그 중에서 마진이 높은 카테고리는 무엇인지,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각각 잘 팔리는 상품은 무엇이 다른지, 소비자 불만은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, 재고와 물류의 운영방식은 어떻게 설계하는지’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하여 생산자로서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를 기반으로 나름의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.
따라서 혹시라도 기업가를 희망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유통업 사내변호사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.
마지막으로 유통업은 전자금융, 공정거래(유통업, 하도급, 표시광고), 식품, IP, 개인정보, 해외사업, 화물운송, 임대차 등 다루는 분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일부 규제는 아직 형성되는 과정 중에 있다. 이에 일명 ‘Gray-Zone’에서 의사결정을 직접 해보고, 이후 규제가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굳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다음 번에는 보다 나은 관점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.
어떤 분야이건 간에 사내변호사 생활은 ‘당사자’로 시장에 참여하는 좋은 기회이다. 반드시 유통업이 아니더라도 In-House 생활을 통하여 각 업계의 고유한 특성과 분위기, 장점을 습득할 수 있기에 만약 누군가 사내변호사 생활을 고민한다면 ‘한번쯤은 경험해보시라’고 추천하고 싶다.
다이닝브랜즈그룹
김민아 변호사